2024.04.28 (일)
제 9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 9 주모는 당황한 김씨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소리만 내뱉었다. “내가 마침 일손이 부족해서 사람을 하나 뒀으면 하는데 어떠오? 우리 자매처럼 여기서 잘 지내면서 입벌이나 하는 것이? 소금 장사보다 백배 천배는 나을 거요.” “말은 고맙지만 나는 이런 일은 체질에 맞지 않네.” 주막은 뭇 사내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하루 종일 그들을 상대하는 일이라 결코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수를 그런 곳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사람...
제 8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 8 김씨가 언성을 높였다. “우리 아이에게 웬 행패인가?” “내가 무슨 행패를 부렸다고..... . 모를 일일세.” 주모는 제 팔뚝을 문지르면서 다시 쌀쌀맞게 말하였다. “묵어가려면 선금 내오. 하룻밤 방화료로 쌀 한 되 금이오.” “베로는 어찌 받나?” “석 자만 끊어 주오.” 김씨는 독방을 하나 정해 들었다. 보따리를 풀어 베를 넉넉히 잘라 들고 나가 주모에게 주었다. “옛소. 넉 자 끊었으니 우리 아이에게는 고깃국...
(제 7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7 “시오 리나 남았나 모르겠구나.”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부지런히 걷기를 두어 시각. 길이 넓어지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씨는 무수에게 길을 물어보라고 일렀다. 무수는 다가오는 등짐장수 앞에 섰다. “말 좀 물읍시다. 강주골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곧장 오리쯤 가면 나올 거요.” 얼마쯤 가자 멀리 고을이 하나 나타났다. 큰 버드나무도 보였다. 김씨는 무수의 손을 잡고 힘을 내어 걸었다. 정호가 일러준 대로 큰 버드나무가...
(제 6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6 “날이 곧 어두워질 텐데 어딜 가려고?” “염려 마시어요. 얼른 다녀올게요.” 무수는 뒷산 중턱으로 내달렸다. 산굴 앞에 이르러 털썩 주저앉았다. 숨을 고른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동무들아, 미안해.” 죽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거듭 사죄를 하였다. 그리고는 비장감이 묻어나는 말을 하였다. “난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당산골로 돌아오지 않을 테야. 죽어서도 안 올 거야. 그러니 이제 너희들한테 찾아오지도 못해.” ...
(제 5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5 “이 풍헌,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나?” “그 책임을 전적으로 회피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어떤 방식으로든 내보여야겠지.” “고을 민심을 수습하라...... .” 정호는 풍헌이 일러준 대로 하였다. 우선 지난날에 군아 초초청에서 무수의 대변을 잘해 준 좌수에게는 그 사례로 벼 한 섬을 갖다 주었다. 고을 사람들이 대부분 계원으로 있는 당산계에는 산굴 사건을 인지상정의 차원에서 속죄하고 삼가는 뜻으로 벼 석 섬을 내어 놓았다. 또 ...
(제4회)제 1장 떠나는 두 사람.4 “파청이오!” 앞서 북을 쳤던 고군이 이번에는 징을 크게 한 번 울렸다. “쿠앙!” 부모들은 관아의 삼문을 나서며 저마다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쳇, 양반 자식이라서 무죄냐.” “온양반도 아니고 반양반인 놈을.” “우리 업동이 억울해서 이를 어째!” “으음, 어디 두고 보자.” 사흘이 멀다 하고 사랑 문턱을 넘나들던 고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집안의 대소사를 물으러 사랑채 안채 할 것 없이 드나들던 걸음들이었다. ...
(제 3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3 “우리 아이들이 평소에 저 아이의 명령에 순종해야 했으므로 어제도 틀림없이 저 아이가 산굴에서 나오지 못하게 명령을 했을 것이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한 자리에 들어 전부 몰살당할 리가 있겠사옵니까?” 이해는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의 말을 영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 좌수의 의견을 물었다. 좌수는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무수가 저 혼자 살겠다고 산굴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범이 굴 앞에서 있었다면 오히려 범한...
형방이 미리 받아 놓았던 무수의 가공초(假供招:죄인의 사전진술서)를 다 읽은 뒤에 아뢰었다. “이상이옵니다, 사또.” 곤양군수 이해는 다시 한 번 무수를 내려다보았다. 건장한 기골이 엿보였다. 아이답지 않은 면모였다. 눈썹은 굵고 짙었으며, 코는 곧고 우뚝하였고, 다문 입은 붉은 잎을 붙여 놓은 것 같았다. 눈빛은 매서우면서도 온화한 빛이 났다. 이해는 무수에게 하문하였다. “공술한 것에 추호의 거짓이 없느냐?” “그러하옵니다, 사또.” “산굴이 진영이라고? 어느 아이들과 싸우는 진영...
(제 1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 1"저놈을 냉큼 끌어내거라.” 형방의 말이 떨어지자 옥졸이 문을 열었다. “이놈, 썩 나오너라.” 옥간 안에서 검은 형체가 일어나 옥문 밖으로 나왔다. 형방이 군기침을 하며 앞서 가고, 그를 따라 왔던 두 사령이 양쪽에서 수인(囚人:죄인)의 팔을 끌고 뒤따라갔다. 동헌 섬돌 좌우에는 중갓을 쓴 육방 아전들이 셋씩 나누어 서 있었다. 계단 아래에는 환도를 찬 병방군관이, 그 옆 그늘대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형전이 놓여 있었다. 형방서원이 탁자 앞에...
함창을 일러 고을이 크고 물산이 풍부하다는 雄州巨牧이라 불러왔다. 예로부터 상주 함창을 일러 고을이 크고 물산이 풍부하다는 의미의 웅주거목이라는 상징어로 불러왔었다. 필자는 함창의 고령가야 문헌을 공부하면서 「한국고대사연구」에서 웅주거목(雄州巨牧)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였다. 오봉산 고분 내부에서 이병도(1896~1989)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웅주거목의 고장으로 경남 진주가 함령의 고령가야 터전이 아니겠느냐 는 지극히 애매한 논조로 진주의 고령 가야설을 언급했다. 한편으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