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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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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제 3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3

(3회) 

1장 떠나는 두 사람.3

 

우리 아이들이 평소에 저 아이의 명령에 순종해야 했으므로 어제도 틀림없이 저 아이가 산굴에서 나오지 못하게 명령을 했을 것이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한 자리에 들어 전부 몰살당할 리가 있겠사옵니까?”

이해는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의 말을 영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 좌수의 의견을 물었다. 좌수는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무수가 저 혼자 살겠다고 산굴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범이 굴 앞에서 있었다면 오히려 범한테 잡혀 먹히러, 각설인 즉 혼자 죽으러 나온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좌수는 부모들에게 고개를 돌려서 말을 이어갔다.

자네들 같으면 마치 범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울부짖는 듯이 뇌성벽력이 치는 일후(日候:하루의 날씨), 더구나 세찬 비바람까지 몰아치는 터에 산굴 안에 들어있고 싶지 밖으로 나오고 싶겠는가?”

그들 중 한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천둥치는 소리가 범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느니 하는 저 아이의 공술만을 믿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그때 좌수도 힘주어 말하였다.

사또, 저 아이의 손을 처맨 것을 풀어보게 하소서.”

이해가 지시를 하였다. 사령 하나가 무수의 손을 감아 놓은 헝겊을 풀었다. 온통 짓이겨져서 시커먼 피딱지가 덕지덕지하였다. 좌수는 동헌 뜰이 울리도록 큰 음성을 내었다.

, 여러분들! 저 열 손가락을 똑똑히 보게. 무수는 무너진 산굴 입구를 막고 있는 돌 더미를 치우느라 손이 다 터지고 무릎이 다 닳을 지경이 되었네. 마치 찢어진 넝마처럼 열손가락이 다 너덜너덜해지도록 돌 더미를 치우고 아이들을 구해내려고 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만약 무수가 고의로 아이들을 죽게 했다면 저럴 수가 있겠는가?”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좌수는 한 번 더 물었다.

무수가 정녕 고의로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겠는가?”

여전히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해는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하문하였다.

아이들이 죽은 건 산굴이 무너졌기 때문인가? 아닌가?”

그들이 낮은 목소리로 산굴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해는 또 물었다.

그렇다면, 산굴을 무너뜨린 게 누구인가? 저 아이가 무너뜨렸는가? 비바람 탓에 무너졌는가?”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해는 무수 옆에 놓여 있는 활과 화살을 보고 하문하였다.

그 궁시로 얼마나 멀리 쏘느냐?”

오십 보 안에 서 있는 적은 쏘는 대로 맞히옵고, 움직이는 적은 오시삼중(五矢三中:화살 다섯 발을 쏴서 세 발을 맞힘)은 하옵니다.”

무수가 한낱 놀잇감에 불과한 뽕나무활과 쑥대화살로써 각궁에 버금갈 만한 활 솜씨를 갖추었다고 믿은 이해는 대견스러워 하였다. 또한 무수의 입에서 진서(眞書:한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더하였다.

서당은 다니느냐?”

그러하옵니다.”

뭘 읽고 있느냐?”

훈장님이 <명심보감>을 다 읽었으니 <소학>을 배울 차례라고 하였사옵니다.”

고작 열둘 어린나이에 벌써 <소학>을 읽다니, 허허.”

이해는 또 물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무수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대답하였다.

어떤 적에게도 지지 않는 장수가 되고 싶사옵니다.”

이해는 초초청이 열리고 있는 자리라는 것도 잠시 잊고 흐뭇해진 얼굴이 되었다.

허허, 소년장수로다. 과연 장재(將材:장수의 재목)로다.”

이해는 좌수에게 물었다.

저 아이의 아비는 뉘시오?”

, 사또. 무수의 아비는 성명이 정호이온데, 비록 빈한한 선비이나 매양 예법에 소홀함이 없고, 몸가짐 마음가짐이 떳떳하지 않음이 없으며, 슬하에 둔 세 자식의 훈육에도 엄격하여 고을의 모범이 되어 왔사옵니다.”

이해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수의 뒤에 서 있는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일렀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본 뒤 몇 마디 나누다가 그 중 한 사람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사또의 현명하신 처분만 바랄 뿐이옵니다.”

이해는 무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소인의 불찰로 부하들이 비명에 다 죽은 마당에 어인 할 말이 있겠사옵니까? 엄중한 벌이 내려진다면 달게 받고자 할 뿐이옵니다.”

이해는 좌수에게도 마지막 의견을 구하였다. 좌수는 간곡히 말하였다.

사또, 갑자기 일후가 사나워져서 심대히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저 아이 홀로 살아남았다고 해서 어찌 죄를 묻겠사옵니까? 산굴이 무너져 내려 아이들이 참화를 당한 것은 실로 천재지변이 일어난 까닭이니 사람이 관여한 바가 아닌 줄 아옵니다.”

이해는 드디어 판결을 내렸다.

듣거라! 아이들이 죽은 것은 산굴이 저절로 무너진 탓이다. 만분다행의 천운이 따라 홀로 살아남았다고 해서 저 아이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죄는 산굴에게 묻고 비바람에게 따져야 할 것인 즉, 갱초(更招:재차 심문함)할 것도 없다. 수인 정무수를 무죄 방면하라.”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이 웅성대었다. 동헌 삼문 밖에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백성들도 술렁였다. 이해는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본관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참변을 당하고 만 것에 어버이와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움과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산굴이 무너지는 바람에 죽은 아이가 있는 가호(家戶:호적이 있는 집)에는 앞으로 일 년 동안 모든 요역과 부세를 면제함으로써 그 애통한 마음을 위로하노라.”

말을 마친 이해가 일어서서 자리를 뜨자 급창이 얼른 외쳤다.

(다음에 이어서 매주 월요일 연재 됩니다.)

(작가 소개)

하용준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경북 상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설가 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 단편소설, ,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고래소녀 울치‘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도서‘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참고 자료 : 관련기사)
http://www.sminews.co.kr/front/news/view.do?articleId=ARTICLE_0001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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