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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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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제4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4

(제4회)
1장 떠나는 두 사람.4
  

파청이오!”

앞서 북을 쳤던 고군이 이번에는 징을 크게 한 번 울렸다.

쿠앙!”

부모들은 관아의 삼문을 나서며 저마다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 양반 자식이라서 무죄냐.”

온양반도 아니고 반양반인 놈을.”

우리 업동이 억울해서 이를 어째!”

으음, 어디 두고 보자.”

사흘이 멀다 하고 사랑 문턱을 넘나들던 고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집안의 대소사를 물으러 사랑채 안채 할 것 없이 드나들던 걸음들이었다.

집안사람들이 밖으로 나다닐 때 고을 사람들이 눈을 흘기곤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종들이 우물가에 물을 길으러 가거나 빨래터에 앉을 때면 어김없이 귓골을 찌르는 소리가 있었다.

낳을 달에 못 낳았다면서?”

못 낳다마다. 어미가 마마에 걸려서 죽었지.”

사자는 그길로 데려가지 뭘 하러 다시 놓아주었대?”

아낙들은 무수가 태어날 무렵에 일어난 일을 두고 빈정거리는 것이었다. 무수의 어머니 김씨가 돌림병으로 숨을 거둔 후에도 뱃속에 있던 아기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을 본 집안사람들이 신령스럽게 생각하여 염습을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로부터 이렛날 이렛밤이 지나자 싸늘히 죽은 줄 알았던 김씨가 부스스 눈을 뜨더니 곧이어 산통을 하여 아기를 낳았다.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 마당을 서성거리고 있던 정호는 지붕 위로 흰 서기가 한 줄기 서려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정호는 그 일을 기이하게 여겨서 아들의 이름을 무수라고 지었다. 아기의 이름 무수(茂壽)는 수명이 끝이 없다는 무수(無壽)에 다름 아니었다.

지붕 위로 흰 칼 같은 것이 휙 지나갔지, 아마.”

내 눈에는 칼이 아니고 긴 창이던걸?”

그러니 여럿 죽게 된 거지.”

여종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고을 사람들이 나누는 말에 어떤 경우라도 끼어들어서 입씨름을 하지 말라는 정호의 엄령이 내려져 있어서였다.

소자, 서당에 다녀오겠사옵니다.”

대문을 나서는 무수의 걸음이 무거웠다. 무수는 무수대로 남모르는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예전에는 서당에 갈 때면 온 고을 아이들이 대문 밖에 몰려 와 기다리곤 하였다. 하지만 산굴 사건 이후로는 대문 밖에 한 아이도 보이지 않았다.

서당에 가는 길에서 아이들을 만나도 슬금슬금 피하는 기색들이었다. 무수는 그런 아이들에게 일부러 다가가거나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무수와 아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가 생겨나 있었다.

서당 훈장이 무수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았다. 글공부 시간이면 무수가 온 고을에 들리도록 우렁차게 글을 읽고 욀 때마다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무수에게 글을 읽어보라고 시키기는커녕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글방 접장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는데, 오히려 화를 내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정무수! 네놈은 덩치가 크니, 두 자리 값을 내야 할 게다.”

글삯을 두 배로 내라는 엄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글공부가 끝날 때쯤이면 발로 허벅지를 툭 차며 명령하였다.

이놈아, 그 좋은 힘 뒀다 어디 쓰겠느냐. 글방 청소 좀 해 놓고 가거라.”

다른 날에는 여럿이 하던 청소도 무수에게 시킬 때면 꼭 혼자 쓸고 닦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남아서 거들어 줄 만 한데 모두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무수는 묵묵히 시키는 대로 할 따름이었다. 혼잣말로도 불평 한 마디 내뱉은 적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서당에서 있었던 일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고을 아이들은 아무도 무수랑 같이 놀려고 들지 않았다. 집안에 있기가 무료하여 밖으로 나갔다가 골목길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슬금슬금 다 피해 다녔다. 고을 큰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은 무수의 그림자만 보여도 꽁무니를 빼고 흩어져 버렸다.

무수는 그런 아이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들이 오히려 민망해할까 봐 고을 안에서는 땅만 보고 걸었다. 뒷산 기슭에 이르러서야 고개를 들고 산길로 내달렸다.

한달음 만에 무너진 산굴에 이르면, 벅찬 숨이 채 다 가라앉기도 전에 죽은 아이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내려오는 일과를 날돌이로 이어갔다.

고을사람들이 정호의 집을 찾지 않는 것도 않는 것이지만 방물장수, 등짐장수, 봇짐장수 같은 이들도 들지 않는 것이 큰 고심거리였다. 곡식이며 면포며 심심찮게 그들에게 내다 팔아야 할 것들을 팔지 못하고, 또 사 들여야 할 것들을 사들이지 못하니 집안 살림에 부족한 것들이 하나둘 늘어만 갔다.

장날이 되어 장터에 나가도 정호의 사람들에게는 장사치들이 아무 것도 팔지 않고 외면하였다.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와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도리 젓는 가솔들이었다. 정호의 본처 홍씨는 하소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용할 것이 한 가지 두 가지 떨어져만 가는데 충당할 길이 없으니 예삿일이 아니옵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시오.”

정호는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겼지만 내심 우려를 하고 있었다. 동민들은 그렇다 치고 고을 이정(里正:리 단위의 행정 실무자)도 발걸음을 끊은 탓이었다.

초하루와 보름이면 꼬박꼬박 찾아와 군내 소식이나 면에서 일어난 일들, 그리고 시시콜콜한 본 고을 소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들을 떠벌리곤 하던 그가 두 달이 넘도록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고립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금양면의 풍헌(風憲:면 단위의 행정 실무자)이 찾아왔다. 정호와는 막역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으음. 아이들이 죽은 것에 일말의 도의적인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네.”

(다음에 이어서 매주 월요일 연재 됩니다.)

(작가 소개)

하용준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경북 상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설가 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 단편소설, ,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고래소녀 울치‘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도서‘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참고 자료 : 관련기사)
http://www.sminews.co.kr/front/news/view.do?articleId=ARTICLE_0001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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