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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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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제 5회> 제 1장 떠나는 두 사람.5

(5)

1장 떠나는 두 사람.5

 

이 풍헌,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겠나?”

그 책임을 전적으로 회피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어떤 방식으로든 내보여야겠지.”

고을 민심을 수습하라...... .”

정호는 풍헌이 일러준 대로 하였다. 우선 지난날에 군아 초초청에서 무수의 대변을 잘해 준 좌수에게는 그 사례로 벼 한 섬을 갖다 주었다. 고을 사람들이 대부분 계원으로 있는 당산계에는 산굴 사건을 인지상정의 차원에서 속죄하고 삼가는 뜻으로 벼 석 섬을 내어 놓았다.

또 용하다는 만신을 불러다 산굴 앞에서 떠들썩한 씻김굿판도 벌였고, 이어 염불을 잘한다는 중까지 데려다가 큰 재를 지내며 극락왕생도 빌어 주었다. 그러나 정호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을 민심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였다.

더 이상 뭘 어찌한단 말인가.”

고을사람들이나 장사치들이 집안에 들지 않는 것은 견딜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문이 어디까지 퍼져나갔는지는 몰라도 다른 고장에서 흘러들던 과객도 들지 않는 것이었다. 팔도 유림에 산굴 사건에 대하여 좋지 않은 풍문이라도 퍼져 나갔을 것만 같았다. 정호는 큰 시름에 잠겼다. 유림에서조차 홀대 받는다는 건 가문의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어맛! 에구머니나!”

안채 뜰을 가로질러 가던 계집종이 비명을 내질렀다. 목을 딴 너구리의 사체가 담 너머로 던져져 있었다. 그 사태를 전해들은 정호는 혀를 찼다.

허어, 어찌 이리 날이 갈수록 흉악스러울꼬!”

배를 가른 것, 사지를 자른 것까지 날이면 날마다 담 너머로 날아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개와 소 같은 짐승의 오물까지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정호의 집안사람들은 한낮에도 마당에 내려설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무슨 냄새냐?”

이른 새벽에 일어난 정호는 코끝을 파고드는 구린 냄새에 몹시 불쾌해졌다. 누군가 간밤에 장대바가지로 인분을 퍼다가 대문 앞에 부어 놓았다는 아룀이었다.

내 이제는 정녕코 그냥 두고 보지 않으리!”

정호가 아침 식후에 옷을 차려 입으려는데 안채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달려온 종이 아뢰었다.

내당마님께옵서 돌멩이에 맞으셔서 그만...... .”

담 너머로 날아든 돌에 홍씨가 맞아서 이마가 깨어진 것이었다. 홍씨는 머리동이를 처매고 자리에 누워만 있을 뿐 일어나지 못하였다. 정호는 그 길로 풍헌의 집을 찾았다.

그러잖아도 좌수 어른께옵서 자네를 좀 보았으면 하고 계셨네.”

풍헌은 정호를 데리고 읍내 관아에 있는 향청으로 갔다. 좌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당산고을 백성들이 줄기차게 보내는 무언의 경고가 아닌가 말일세. 마냥 손 놓고 있으면 모르긴 해도 해악을 부리는 정도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네.”

정호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자네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집에 불을 놓거나, 물독에 비상을 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나? 입에 올릴 말은 아니네만, 종국에는 살옥이 일어날지 어떨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바일세.”

좌수는 사람을 해하려 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보였다. 정호는 곤혹스럽기만 하였다.

시생이 어찌하면 좋겠사옵니까?”

산굴이 무너져 아이들이 죽은 책임을 자네 자제에게만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네 집안에 엄중히 묻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로서는 굿판도 벌이고, 재도 지내주고, 할 도리를 다 한다고는 하였사옵니다만.”

민심이 워낙 사나워져서 그런 정도로는 되지 않네.”

하오면, 무수를 산굴 앞에 제물로 바치기라도 하라는 말씀이옵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안 되고, 저들이 만에 하나 어떤 방도로든 무수를 해하게 되면 서로 원한만 얽힐 뿐일세.”

정호와 좌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풍헌이 입을 열었다.

자네 집안을 위하고, 자제를 위하고, 그러면서 고을사람들을 달랠 만한 묘안을 찾아야 하겠군.”

그렇다네. 당산고을 전체가 그만하면 되었다고 할 만한 일, 고을 백성들이 다 수긍하고 받아들일 만한 결단이어야 할 걸세.”

그게 대체 뭐란 말씀이옵니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게. 모두를 위하는 묘책이 무엇인가를.”

집으로 돌아온 정호는 두문불출하고 몇날며칠 고민에 빠져 들었다. 좀처럼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집안사람들을 사납게만 대하는 고을 민심을 풀 방법,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더 꼬여드는 것만 같았다.

대문 옆 감나무에 열려 있는 큰 감들이 차츰 붉은 빛을 띠어갔다. 마치 불방울이 수도 없이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정호는 그것들이 떨어지면 온 집안에 불이 옮겨 붙을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민심이 더욱 사납게 타오르면 집안에 불 뭉치가 날아들 수도 있다는 좌수의 말이 좀처럼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이 또한 그들의 명운이거늘.”

정호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내당 아래채에 있는 김씨를 불렀다.

무수를 데리고 이 집안을 떠날 채비를 하게.”

김씨는 깜짝 놀랐다.

소첩이 고을 사람들 앞에서 목숨을 끊겠습니다. 제발 무수만은 내치지 말아 주십시오.”

내 여러 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세. 자네들 두 모자가 가서 생도방(生道方:삶을 살아나갈 방법)을 마련할 때까지 약간의 재물을 내어줄 것인 즉, 다른 말은 하지 말게.”

나리!”

무수를 위해서나, 집안을 위해서나 이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네.”

김씨는 하루 종일 눈물을 훔치고 있다가 해질녘이 되어서야 주섬주섬 보따리를 쌌다. 윗목에 기대어 있다가 그것을 본 무수는 곧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음에 이어서 매주 월요일 연재 됩니다.)

(작가 소개)

하용준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경북 상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설가 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 단편소설, ,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고래소녀 울치‘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도서‘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참고 자료 : 관련기사)
http://www.sminews.co.kr/front/news/view.do?articleId=ARTICLE_0001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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